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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건조기 없을 때 오븐으로 반건조 무화과 말랭이 만들기


어느 날 갑자기 무화가가 몹시 먹고 싶어졌습니다. 사실 갑자기는 아니고 인터넷에 따라다니는 광고에 무화과가 나왔습니다.


수년전에 말린 수입 무화과를 먹었었는데 무척 달고 향도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원래 이런 밍밍한 맛인가 싶어 실망했던 기억이 있네요. 


그후 미드 왕좌의 게임을 보던 중에 마저리의 할머니인 올레나 티렐이 무화과가 소화가 잘된다며 시종에게 내오라고 하는 장면이 이상하게 기억에 남았다가 요즘 무화과철이라 하여 유기농으로 재배한 무화과를 2kg 구입했습니다.


무화과 생과는 미미하지만 향이 있었고 그렇게 많이 달지는 않아서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맛이었습니다. 가끔 후기를 보면 니 맛도 아니고 내 맛도 아니고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는 후기가 많았는데 그거보다는 훨씬 나았습니다.


달지도 않고 시지도 않아 먹기 편한데다 무화과는 성인병에 좋고 소화와 변비에도 좋다고 하니 제대로 즐겨볼 참입니다. 




그런데 여러 블로그를 검색해보니 무화과는 보관기간이 짧다고 하는군요. 냉장고에서도 일주일이면 곰팡이가 핀다는 후기가 많았습니다. 이번에 구입한 건 유기농이니 더 짧으면 짧았지 길어질 리는 없을 테죠.


신문기사에 보니 김치냉장고에서는 15일 정도 보관할 수 있다고 합니다. 표면을 말려서 김치냉장고에 넣으면 보관기간이 조금이나마 늘어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청포도는 김치냉장고에서 두 달을 곰팡이 없이 버텨주었는데 무화과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한 달은 버텨주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그러나 그 방법보다는 더 오래 두고두고 먹을 수 있도록 무화과 말랭이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컨벡션 기능이 있는 오븐


반건조를 시키려는데 안타깝게도 식품건조기가 없군요. 그러나 내게는 아직 오래되긴 했지만 잘 작동하는 1대의 오븐이 남아있습니다. 


이 오븐은 겉보기엔 이래 보여도 명색이 컨벡션 오븐입니다. 


가끔 팬이 돌면서 공기를 순환시켜주고 온도설정도 섭씨 40도부터 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온도를 60도에 맞추고 팬기능을 작동시키고 공기배출을 위해 입구를 아주 조금 열어두었습니다. 


식품건조기와 무엇이 다르리요. 


4분의 1로 자른 무화과


무화과를 4분의 1 크기로 잘라서 종이호일을 깐 팬 위에 늘어놓았습니다. 


철망 위에 놓았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철망은 도망가버린지 오래인지라 어쩔 수 없이 맨바닥에 놓았습니다.


10시간 정도 돌려주었는데 그리 잘 마른 것 같지 않아서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오븐을 살펴보니 50도에 맞춰져 있네요. 이럴 수가. 


참 이상합니다. 난 60도에 맞춘다고 한 거 같은데. 집안일을 하다보면 가끔 이런 불가사의가 발생하지만 신경 쓰면 안되죠. 머리카락 빠집니다.


오븐에서 건조중인 무화과


다 마른 것 같지 않지만 전기세가 아까워서 그만 말려야겠다 생각하고 무게를 달아보니 원래 무게의 2분의 1로 줄었네요. 반건조니까 반만 말리면 되겠지요.


다 말린 무화과 포장


이 상태로도 충분할 것 같아서 지퍼백에 담아 냉동실에 넣었습니다. 


냉동실에 보관한 반건조 무화과


양이 얼마 되지 않습니. 위 사진에 타원형 물체는 포도알입니다. 건포도 되라고 갈이 말렸는데 껍질이 있어서 실패했습니다. 더 뜨거운 온도에서 더 오래 말려야 건포도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버릴 수 없어서 그냥 얼려서 먹기로 했습니다. 


열심히 말려서 저장까지 해놓았으니 언제든지 보관기간 신경쓸 필요 없이 꺼내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화자찬하며 뿌듯해 하고 있다가 문득 무화과 말랭이를 검색해보고 싶어져서 네이버쇼핑에 쳐보니 유기농 무화과 말랭이를 생과의 절반가격에 팔고 있네요. 허걱. 


생과 사서 씻고 썰고 말리고 하느라 돈 들고 시간 들고 노동력 들고 전기세도 들었는데. 


더구나 내가 만든 것보다 바짝 말라서 무게가 생과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그러면 더 달고 더 쫄깃하겠지요.


허무하여라. 내 돈이여, 시간이여.


다음에는 그냥 무화과 말랭이를 사먹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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